다 저녁때가 되어서야 또 집을 나선다.
역 한구석에 깜빡이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스쳐지난다.
전철이 들어서고 발을 떼어 몸을 움직여본다.
흔들. 흔들.
신천역에 내려서 걸어가는데 한 쪽에서 눈사람과 마주쳤다.
케익을 잔뜩 쌓아놓고 팔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맞긴 맞구나.
어쩐지 감흥이 덜하다. 군인이라 그런가.
음. 뭐라고 불러야 하나. -_-;
입술크림을 하나 샀다.
바람이 제법 쌀쌀해서 입술이 트기 시작했다.
M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친구들을 기다린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사이에서 귀에 꽂은 음악 소리를 크게 튼다.
오랜만에 들른 와라비.
오리모양 수저 받침을 멍하니 바라보다.
두부도 먹고.
회도 조금 먹었고
메로구이도 먹었으며
샤브우동도 먹었다.
매번 먹던 냉주가 아닌 강쇠도 한병 먹어줬다.
양껏 먹고 와라비를 나선다.
기억하자. 이날은 크리스마스 이브 맞다. -_-;
양꼬치집에 들어섰다. 배부르다는 소리는 뒤로하고
맥주를 시작했다. 칭따오 좋아 +_+
발간 불빛사이로 노릿한 양꼬치가 익는다.
먹자 먹어..
누군가의 담배를 구경한다.
물만두도 먹고
다시 맥주를 마신다.
음... 전혀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아닌거 같다. -_-;
잠깐 밖을 나섰다.
얼굴이 찬바람과 맞닿아 술기운이 알딸딸하니 오른다.
멍하니 걸음을 옮긴다.
들어선 곳은 신천역 한복판에 있는 잠실성당.
흥청망청한 가운데 유유히 불을 밝힌 구유에 경배를.
알딸딸한 채로 미사에 올랐다. -_-;
붉은 얼굴이 좀 민망하긴 했지만... 흑.
Bereshith-Glori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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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성당에 가득찬 사람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있자니
크리스마스 기분이 나긴한다.
구유경배까지만 마치고 살짝 빠져나왔다.
푸른 별이 조용히 깜빡이고 있는 1층을 지나 다시 친구들에게로...
양꼬치집에서 자리를 옮겨 자리잡은 곳은 감자탕집.
민간인 중민군과 군인 웅기군의 설전이 펼쳐진다. -_-;
바글바글 끓는 감자탕과 친구들과의 이야기들.
같이 모여 함께하는 기분.
크리스마스 이브란게 별거 있나.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보내는 거 아닐까.
술은 거의 먹지 않고 신나게 밥까지 비벼 먹는다.
오랜만에 일찍 시작한 술자리. 메뉴가 참 다양하게도 간다. -_-;
매번의 술자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래방까지 마쳐주시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서 그런지 출출해진 배를 맥주로 채우고 잠이든다.
군인의 크리스마스는 그냥.. 이렇게 지난다.
postScript
오늘은 왠지 먹을것 사진이 많군요. 헛.
맥주가 먹고 싶어요~ 하하
그나저나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네요.
주말에 시간나면 잠깐 소풍이라도 다녀오시길.
나가시는 분은 제 몫까지 바람을 쐬고 오시길.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