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이른 시각. 기차를 타러 역으로 이동하는 하늘 사이로 해가 비치기 시작한다. 며칠째 지나고 있는 거리는 익숙한 풍경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있다.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일정이니 유명하다는 에키벤(역에서 파는 도시락)을 아침으로 먹기로 했다. 각자 고른 도시락이 담기 노란 봉지를 달랑거리며 기차를 기다린다.
나는 일본 요리 전문점 테라오카(てら岡 http://goo.gl/rKw7t) 에서 만들었다는 아나고 초밥(あなご寿司博多押し - http://goo.gl/NmDpj)을 샀다. 두툼한 붕장어가 들어있어 맛있었다. 아침 도시락을 든든히 챙겨 먹는 동안 흔들리는 기차는 갈아타야 할 역에 도착했다.
유후인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는 중, 예쁘장하게 생긴 열차가 들어섰다. 유후인 노모리(http://goo.gl/NPsm9)라고 하는 이 열차는 알고 보니 꼭 예약해야만 탈 수 있는 열차였다. 그치만 일단 유후인으로 간다고 하니 타고 본다.
좌석을 예약하지 않았으니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없다. 자리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곳은 식당칸과 붙어 있는 휴식공간. 음악을 들으며 흔들리는 열차 여행을 즐겨 보려 애를 써보지만, 다리가 조금 아프다. 흐흑.....
웅성웅성 아이들과 승무원이 들어서더니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승무원들이 입는 옷을 입히고 기념 푯말까지 들고서는 정말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유후인의 숲이란 뜻의 특화된 열차를 운행하는 것도 재밌지만, 열차에 탄 그 행위 자체를 기념하기 위한 아기자기한 아이템들을 만들어두었다.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꺼리'가 많다는 게 좋다.
한 칸 건너 스낵코너에는 이 열차에서만 파는 사이다나 도시락 등을 사 먹기 위해 연신 사람들이 들락거린다. 외국인의 비율보다 일본 사람들이 많은 느낌. 일본인의 기념품이나 특산품 사랑은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관광이라는 문화가 이런 식으로 활성화가 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내리쬐는 햇볕 사이로 한적한 시골 풍경이 조용히 흘러간다. 나른나른해질 만한 날씨에 아침에 일찍 움직인 탓인지 연신 눈이 감긴다.
빈자리에 냉큼 앉자마자 원 선배와 준호는 낮잠을 자기 시작했고 규수는 셀카질에 바쁘다. 나는 유후인에서 나는 물로 만들었다는 (이유를 참 잘 가져다 붙인다) 사이다를 한 병 사왔다.
창밖으로 흐르는 나른한 풍경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좋다. 멍하니 바라보다가 사진을 한 장 찍어본다. 한참을 달린 것 같은데 열차는 여전히 달린다.
언제나 도착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