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봐뒀던 스미다가와 테라스에 나왔다.
바람도 실실 불고 꽤 괜찮다.
단지 단점이라면.... 으슥하다는거? -_-;
자리를 잡고 앉아서 삼각대를 옆에 두고 셧터를 눌러가며
카메라를 만지작만지작.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물론 캔맥주도 한 캔 땄다.
으흐. 좋다.
얽히고 섥힌 도로에서 각자의 차들이 불빛 그림을 그린다.
강물에 비친 빛들은 그대로 음영을 만들어 낸다.
캔맥주를 한 캔 밖에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꽤 쌀쌀하다.
드문드문 유람선이 지난다.
이곳에선 유람선에서 수상 회식을 하는 문화도 있다는데 재밌을까?
열차의 빛을 기다리다 셧터를 누른다.
사진에 빨갛고 연두빛의 줄이 그어진다.
구름낀 하늘과 낮과는 다른 모습의 건물들.
낮에 지난 길보다 조금 더 걸어가 보았다.
불빛이 아른거린다.
잠깐 카메라를 만지고 내가 그 앞에 가서 선다.
혼자 자신의 사진을 찍는 것.
그리 즐기진 않지만 왠지 해보고 싶다.
어둡게 보이고 있는 내 모습. 난 어떻게 해야 날 더 보일 수 있을까.
아무도 없는 강가에서 바람을 맞는다.
가끔 지나는 사람에 약간은 무서운 느낌도.
벽에서 험상궂은 아저씨가 담배를 피며 중얼거린다.
나가는 곳 계단 위에 삼각대를 고정시켰다.
각자의 삶 속에서 이런 것이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하다.
잠시나마 예쁘다. 라고 느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지도...
조금 더 주위를 살핀다.
몇번을 놓치며 전철을 기다린다.
손에 잡힐듯 보이는 열차 속 사람들은 날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관심도 없으려나. ^^
빠른 불빛 속에 몸을 싣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시간.
정신없이 흐르는 불빛처럼 시간도 나도 이렇게 흐르고 있다.
바삐 지나는 유람선을 뒤로하고 유스호스텔로 발길을 옮겼다.
곳곳에 숨어 있는 아기자기함이 좋다.
빨래거리를 동전 세탁기에 집어 넣고
인터넷을 좀 쓰려고
1층에 있는 작은 대화실에 앉았지만 뭐가 문제인지 인터넷이 되질 않는단다.
그냥 쓰겠다고 해서 사진을 좀 정리하고 앉아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잠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각각 스코틀랜드와 파리에서 온 사람들 사이에서 몇마디 거들어 보다가
결국 들리기만 하고 말할 수 없는 언어적 한계를 절실히 느끼며 자리를 피했다.
내용이야 뭐 여행다닌 얘기나 뭐 이런 것들.
유스호스텔에선 이런 게 재밌는건데... 라는 생각.
영어공부를 좀 더 할 걸. 이란 생각.
아쉽지만 뭐 어쩌겠냐. 잠에 들기전 후회를 잠깐.
물론 일어나면서 친절하게 '나 피곤해요.'라고 얘기하는 것도 잊진 않았다. :) (영어 못 해서 잔단 소리는 죽어도 못해 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