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할나위 없이 한적해서 심심하게까지 느껴지는 길.
저 멀리 보이는 산은 어딜까.
혹은 여긴 어딜까 싶은 궁금증도 생기지만 무슨 상관이랴.
난 그저 이곳이 좋다.
자그마한 집들과 논과 밭.
한 박자 느리게 바라볼 수 있는 것들이 가득하다.
뭘 키우는 건지 유심히 봤지만, 내가 알 턱이 있나. -_-;
전통적이지만 그리 낡아보이진 않는 집들이 맘에 든다.
감탄할 정도로 정갈하게 다듬어져 있는 정원수들이 걷는 길을 재밌게 해준다.
점점 푸르게 짙어지는 하늘은 나즈막히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구석에 숨은 꽃을 참 좋아한다.
꽃 이름도 잘 모르지만 그 붉은 빛이 나를 불러 세운다.
이런 아기자기한 것들은 뭘 하는 걸까.
길가에 별게 다 있다.
가도 가도 비슷한 풍경이지만 재밌다고 걷는 나는 뭘까. -_-;
하늘도 햇빛도 바람도
마냥 다 좋다. 어째서인지 편해지는 마음과 신나는 걸음.
자그마한 건물이 보인다. 신호등은 계속해서 불빛을 바꿔가지만,
지나는 사람 하나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흐르는 물은 꽤 깨끗해서 시원하게 느껴진다.
엇. 이곳은 동네 사진관인 모양.
사진관이라기 보다는 조금 더 큰 규모인 듯.
우리의 일상에도 있는 이런 평범한 것들을 만나는 일이 내겐 큰 재미다.
진지한 표정의 아저씨도, 앙증맞은 포즈의 커플도 신기하고 재미있다.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신기해하다가 걸음을 옮긴다.
배란다에 조그만 공간에도 꽃이 피어있고 손을 많이 써서 가꾸는 흔적들이 살갑다.
맑은 날씨에 하늘거리는 빨래들.
같은 듯 다른 모습 사이로 스쳐가는 내 일상을 담아본다.
점점 강해지는 햇살과 넓게 펼쳐진 풍경들.
걷고 또 걷는다.
가려진 문틈 사이로 보이는 풍경.
난 어디까지 보고 있는 것이고 얼만큼을 보지 못하는 걸까.
꽃몽우리 사이로 틔워진 꽃잎들이 애처롭게 햇살을 받아 빛난다.
분홍과 빨강이 섞인 꽃들은 그 집앞을 지키고 서 있다.
새로 만들어진 기와의 깔끔함에서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본다.
나도 내 집을 갖게 되려나.
예쁘고 깔끔하게 꾸밀 수 있으려나.
얽히고 섥힌 전신주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어디든 똑같아 보인다.
넘쳐나는 한적함에 취한 듯 즐겁게 움직이는 내 발들은 나를 어디로 데려다 줄런지
postScript
새벽까지 놀다 들어와서는,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는, 라면을 끓여먹고
만화책을 몇권 보고 드라마도 몇편 보고,
제사를 지내러 큰집에도 들렀다가
정신없이 시끄러운 커피숍에 앉아서 사진을 정리합니다.
맘 한구석 고개를 들고 있는 요상한 감정은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갑갑합니다.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