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덜깬 눈으로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나와서 버스를 기다리는 중.
버스가 맞는지도 헷갈려가면서 대충 탔다. -_-;
저녁먹고 밤거리를 좀 방황해 볼 생각.
윽. 버스에서 노선도를 보고 고민하던 중에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쳐서 장갑을 한 짝 놓고 내렸다.
어떻게 해야 하나 순간 당황해버렸다.
곧 정신을 차리고 유스호스텔에 돌아가면 그 쪽 사람에게 부탁해 보기로 했다.
편하게 생각하고 움직인다.
버스에서 내린 시간을 기록해 본다.
근데 여긴 어디지 -_-;
타이시미치 라는 버스 정류장.
여기서 내린 것도 기억해 둬야지.
자 이제 가볼까나~ 근데 주위가 너~무 어둡다. -_-;
9시도 안됐는데 죄다 닫았다.
번화가를 찾아 가보려 했지만 당황해서인지 길을 찾기 쉽지가 않다.
호카호카테이 라는 도시락집엔 불이 들어와 있다.
저기가서 도시락이나 사 먹을까. -_-;
붉은 등이 켜져있고 고소한 냄새가 나는 가게 앞을 지난다.
번화가를 찾느니 그냥 이근처에서 대충 때울까나~
곰곰히 생각해 보니 버스 막차시간을 모른다. -_-;
버스 끊기면 어쩌나;;;
숙소가 중심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이럴 때 불편하다.
지나가다 본 버스 정류장 표지판에 적힌 시간 대로라면 시간이 많지 않다.
얼른 뭐라도 먹고 들어가야겠다.
대충 때우고 들어가자는 생각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밥집이라고 생각되는 곳은 비싸보이는 곳 뿐이다.
대중 주점이 한 곳 보인다. 그냥 일반 술집이겠거니,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선다.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보이는 자리에 걸터 앉았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생맥주를 한잔 시킨다. 물론 되도 않는 일어로. -_-;
또 뭘 먹을까 싶어 메뉴를 둘러보니 이름을 알만한게 별로 없다.
알만한 것을 발견! 고로케를 주문했다.
연세가 좀 있어보이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님이 운영하시고 계신다.
닭꼬치는 얼마나해요? 하고 물으니
3개에 얼마라 알려주신다. 그것도 주문해버린다. 히히.
맥주를 몇모금 마시는 동안 고로케가 튀겨져 나왔다.
금방 튀겨서 그런지 맛있다. 앞에 있는 간장같은것
조금 뿌려서 야채랑 먹으니 꽤 쓸만하군. 소스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_-;
고로케를 실컷 먹고나니 푸짐해 보이는 닭꼬치가 나왔다.
신났다. 후후후.
맛도 괜찮았고 생각보다 양도 많다.
조금씩 아껴먹다보니 배가 좀 불러온다.
이제야 주위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소박한 느낌이 좋은 가게다.
일본의 직장남성들은 이런곳에서
가벼운 안주와 맥주로 저녁을 때우기도 한다는 얘기가 생각났다.
어쨌거나 조금은 특별한 저녁식사를 해버린 셈.
기억하는 바로는 한 7000원 쯤 계산하고 나왔던 것 같다.
나름 싸게 먹었다는 생각에 흐뭇해졌다. 별로 안싼가? -ㅁ-;
여행책자를 뒤적여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까지 남기고 나오니
재밌기도 했고 기분이 꽤 좋아졌다. 술도 한잔했겠다. 알딸딸허니 좋다.
잃어버린 장갑이야 어떻게 되겠지. 흑.
버스 노선도를 좀 더 유심히 살펴본다.
음. 저기 쯤에서 버스를 타면 되겠군.
길을 대충 확인하고 버스가 다니는 길목으로 나선다.
길가에 밝혀진 동그란 가로등이 귀엽다.
흔들흔들 흐르는 느낌의 택시.
이 동그란 모양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같은 모양의 가로등이 주욱 이어진다.
길가의 분위기를 바꿔주는 것 같다. 예쁘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더라. -_-;
금요일이구나. 막차는 10시쯤 끊기는 모양이다.
괜히 급하게 맘 먹었나 싶다.
시간도 남았는데 버스다니는 방향으로 좀 걷기로 했다.
동그란 불빛을 따라 걸음을 옮긴다.
한 정거장 쯤 지났을까
화원이 하나 보인다. 자연스레 놓인 크고작은 화분들이나 노란 불빛이 맘에 든다.
우체통도 꽤 귀엽다. 들어가볼껄 그랬나. ^^
가게 명판 같은 것도 직접 쓴 느낌이다.
주인의 취향이나 성격같은 것이 아기자기한 가게 외관에서부터
그대로 묻어난다. 멋진 곳!
센본데미즈. 이곳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각진 자동차. 커다란 차 보단 저런 차가 맘에 든다.
연기가 나는 트럭. 오뎅이라도 파는건가?
재밌어 보이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중. 배도 부르니까 그냥 멀리서 보고 만족한다.
버스는 언제 오려나~
postScript
새벽부터 내리는 비가 하루를 지겹게 만드는군요.
어젠 새로생긴(?) 동갑내기친구들과
막걸리와 맥주를 마시고 노래방에도 갔었답니다.
오랜만에 소리 좀 지르고 하니 재밌더라구요.
건대쪽에 잠깐 나왔다가 -_-
건대병원 스타벅스에서 인터넷이 안되는 바람에
한양대 앞에까지 와있습니다.
들어가기전엔 맥주 한잔 하고 들어갈 듯 합니다.
내일도 술 약속있습니다만... 흐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