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길을 나선다.
빨간 열매에 방울방울 빗물이 고여 있다.
꽃놀이를 할 모양인지, 등이 달려있는 집도 지난다.
잘 다듬어진 담벼락엔 흰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비가 남기고 간 이 자리에는,
물이 조금씩 흐르고 푸른 잎들이 남아 비의 흔적을 들이킨다.
볼록거울에 비친 내모습을 담아 본다.
배낭의 레인 커버와 점퍼의 색이 어울려서 다행이다. -_-;
네모진 담을 지난다.
높지 않은 담 사이로, 네모진 돌 사이로 정원 한쪽이 보인다.
물기가 아롱거리는 나무를 발견했다.
얇은 가지 사이로 물방울은 동그란 모습 그대로 방울져 달려있다.
비는 돋아나는 새순에도 자기의 흔적을 남기고 갔다.
막다른 길.
어디로 갈까 고민했다. 아주 잠깐이지만. -_-;
들어선 길에는 째려보는 자동차가... 흑.. ㅜ.ㅡ
차 뒷유리에 저런걸 붙여놓은 사람의 유머에 감사한다.
낡은 흙담에는 세월의 흔적이 잔뜩 남아있다.
고생이 많구나...
비가 점점 그쳐가는지 하늘빛이 고인 물에 비춘다.
조용한 골목이로군.
결이 들어나게 잘 다듬어졌고 느낌 좋은 나무를 만났다.
밝은 색의 담벼락 덕분에 기분이 밝아진다. ^^
우연히 발견한 빨간 열매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쓸쓸해 보이는 풀잎의 곁을 지키고 있다.
눈큰 외계인처럼 생긴 볼록거울이
양갈래 길을 비춘다.
아담한 집과 마당에 서있는 나무.
기회가 된다면 일본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흩뿌려진 꽃들과 가지런히 심어진 화분들을 천천히 바라보며
골목을 돌아다니는 재미에 푹 빠진 나는
다시 열심히 걷기 시작한다.
비의 흔적을 따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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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늘이 지나면 저는 대한민국 공군 소속의 한 남자가 됩니다.
좋아하는 친구, 사람, 술, 산책, 사진, 책, 음악 모두
한동안은 멀어져야 되겠네요.
좋은기억 많이 담고 갑니다.
가기전 마지막이라고 4시간동안 노래방에서 함께해준 어린시절 친구들.
'초계탕'사준 친구. 기꺼이 얼굴보여준 친구들, 사람들.
이곳을 들러주시던 여러분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