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시 점퍼의 모자를 뒤집어썼다.
흐릿흐릿 보이는 빗길 사이로
조금 쌀쌀한 공기가 나를 감싼다.
역을 향해서 걸음을 재촉한다.
뭔가 따뜻한 것이 먹고 싶다.
붉은색으로 표시된 지점. 나는 이곳에 있다.
안내도에서 길을 확인하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산책하던 사람들이 우산을 꺼내들고
제각기 비를 피하기 바쁘다.
점점 세게 내리치는 빗방울에
그나마 말랐던 옷이 순식간에 다시 젖어버렸다.
커다란 비석을 끼고 돌아 공원을 벗어난다.
사진미술관을 떠나 걷기 시작한 지도 벌써 한 시간이 넘게 지났다.
아까 지나쳤던 길을 지난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같은 길이라도 내가 걷는 방향에 따라서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
앞만 보고 걷던 길에서 잠시 멈춰 뒤를 돌아보면 또 다른 풍경이 나를 맞이한다.
열심히 걸어다닌 내가 대견스러워서
푸짐한 식사를 나에게 선물 해볼까 하고
킨테츠나라역 옆에 붙어있는 식당가로 들어섰다.
사실은 락커비 아껴서 -_- 먹는 거였다.
몇 시간 동안 배낭을 메고 돌아다녔으니 기운이 빠질 만큼 빠졌다.
점심 후보 1순위.
카레 우동. 따뜻하고 걸죽해보였다. 하핫.
들어가 앉고 짐을 풀었다.
따뜻한 차를 내어준다.
메뉴를 유심히 보다가 맘이 바뀌어서 카레 우동이 아닌 추천 정식을 시켰다.
일본 음식점에는 인기메뉴랄까, 추천메뉴 같은 것들이 거의 있어서 선택하기 쉽다.
'차'밥 + 우동 + 튀김 이렇게 푸짐하게 나온다.
나오기가 무섭게 허겁지겁 먹고 났더니 몸이 따뜻하게 달아오른다.
몽롱~ 하다.
우동집 -_- 이름 '우동집'
내가 먹었던 메뉴가 모형으로 있기에 찍어 봤다.
푸짐하다.
실물이 더 먹음직스럽고 우동, 소바 중에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거리를 따라 조금 걸었다. 아치가 드리워진 상점가에는
비 오는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쇼핑을 나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재래시장의 느낌과는 약간 다르지만 세련된 시장 정도의 느낌?
많이 들어가지 않고 다시 돌아나선다.
천장 한쪽에 보이는 시계는
이제 나라를 떠날 시간이 가까워졌음을 알린다.
휴~ 이제 '나라'도 안녕이구나.
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
분수 옆을 지나는 아가씨의 우산이 멋스럽다.
어? 저 사람들은 뭐지?
비 맞으며 노래하는 거리의 청년들. ^^
어려보이는데 꽤 열창이어서 잠깐 걸음을 멈추고 구경했다.
자유로운 모습이 부러웠다. 멋져 보이기도 했고.
흐뭇한 기분으로 역 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postScript
일주일만입니다.
이런 식으로라도 자주 인사드리게 되어서 기분 좋네요.
짬날 때마다 계속 들여다 보고 있는데
많은 분께서 들러주셔서 기분 좋네요. 후훗.
즐거운 주말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