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첩을 따라 신사 안을 거닌다.
무언가 모신사당.
옛날의 그 사람들은 무얼 그리도 빌고 싶었던 걸까.
쪼르르 떨어지는 물소리와 함께
귀여운 걸 발견했다.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는 오줌싸개 상.
빨간 옷까지 입은 멋쟁이다.
석등 너머로 절 모습이 아릿하게 비춘다.
작은 벚꽃 가지가 어울리는 물가에는
굵직한 잉어들이 살고 있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연못이 보기 좋다.
곳곳에 매달린 종잇조각은 간간이 부는 바람에 흔들리고
난 한적한 기분을 한껏 머금어 본다.
한 바퀴 돌고 나오다 보니,
결혼식 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담백하면서, 화려한 무늬의 일본의 전통의상이 눈길을 끈다.
그래도 우리 한복이 더 이쁘다. 후훗.
신사에 가서 소원을 빌기 전에
손을 씻을 수 있도록 해둔 물가.
앙증맞은 바가지가 맘에 든다.
걷는 동안 구석마다 활짝 피운 꽃들이 나와 함께한다.
슬그머니 꽃내음이 내 코를 간질인다.
쇼우토쿠(昭?しょうとく) 그러니까 소덕이라고 적힌 비석 앞에 선다.
밝은 덕이라.. 무슨 의미인지 자세히 알길은 없어도
글씨체에서 느껴지는 힘이 좋다.
커다란 붉은 등과 굵은 동아줄은
짙디 짙은 일본이라는 색깔을 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와집도 마찬가지지만,
처마를 통해서 적당히 가려진 하늘은 여유를 갖게 한다.
다만 이곳 건물의 선들은,
내가 보건데, 우리 기와집의 둥근 선들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어서
느낌이 좀 다를 뿐.
촘촘히 뿌려진 나뭇잎 사이로도
햇살은 적당히 스며들어 있다.
꽉찬 느낌도, 자유롭게 굽은 가지 느낌도 참 좋다.
절을 나서서 큰길을 따라 걷는데,
그 분위기가 몽롱하다.
햇볕이 따가운걸지도 모르겠다.
우두커니 하늘을 바라본다.
분홍빛과 하늘색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다.
후루사토관의 간판이 바로 보이는 곳에 멈춰선다.
건물이 정말 밋밋하다. -_-;
쿠시다 신사의 입구를 지나쳐 걷는다.
햇볕은 점점 높아져서 나를 쿡쿡 건드리고 있다.
어디가서 좀 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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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뭔갈 기다리며 살기 마련이라죠?
그래야 시간이 더 빨리 가지 않을까 싶어요.
바람쐬러 가는 것을 기다리며 한주를 시작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