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을 어찌어찌 보내고 오랜만에 바깥나들이.
집에 와서 먼저 하는 일은 카메라 챙기기, 핸드폰 살리기.
펼쳐본 수첩 속엔 생각날 때마다 적어놓은 이런저런 단어들이 한가득 이다.
다니고 간 다음엔 엄마가 책상을 깨끗이 치워놓으시는데,
성격상 한참을 어지르고 나서야 나갈 준비를 마친다.
부랴부랴 집을 나서는 길. 어쩐지 멋진 느낌의 꼬마들을 스쳐 지난다.
충무로역에 도착. 오랜만에 효숙양이 청주에서 올라왔단다.
집에서 늦게 나온 터라 부랴부랴 움직인다.
가는 길에
타임포토에 들러서 아는 분께 선물할 사진을 한 장 찾았다.
충무로 미놀타 수리점에 카메라 수리를 맡기고,
이것저것 사러 돌아다니다가
뭔갈 먹자고 다시 한참을 돌아다녔는데
결국 선택한 규동과 돈까스 라면은 모양도 맛도 그냥저냥... 흑.
커피숍에 들어가 앉았더니 이번엔 -_- 흡연석 쪽에 앉아버렸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랑 나누는 기분 좋은 이야기들.
2001년 즈음에 처음 만났던, 어리버리한 줄만 알았던
이 친구는 어느새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어 있다.
친구들 만나는데 같이 가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지방민이신데다 시간도 애매하고 낯도 가리는 편이고 해서
아쉽지만 그냥 청주로 향하는 친구를 터미널까지 바래다준다.
다시 친구들을 만나러 움직이는 길. 교대역에 다다라 2호선으로 갈아탄다.
지하철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순간순간을 기억한다.
가만히 셔터를 누르고 나면 그들의 일상을 훔치는 기분.
마침 자리가 나서 널브러져 앉아버렸다.
어쩐지 모르게 늘어버린 짐들.
늘어진 내 다리.
친구들보다 조금 일찍 잠실역에 도착한다.
교보문고에 들러서 책을 좀 보다 보니 친구들이 도착했다.
저녁때가 다 되어가는 시간.
뭐라도 좀 먹자 해서 근처 푸드코트에서 먹을거리를 사들고 둘러앉았다.
현란한 준정군의 손길. 자장면을 비빈다.
볶음국수, 탕수육 등등 진수성찬을 해치우고 나서 신천으로 맥주 마시러...
순... 먹는 사진밖에 없는 거 같다.
신천의 구석진 곳에 있는 밀러타임.
조용한 술집 한가득 친구들의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맛보는 시원한 맥주 거품에 아릿해진 기분 탓인지
조금씩 내 얼굴은 달아오르고 웃음이 넘쳐나기 시작한다.
준정이나 지우는 자주 보지만 창우는 참 오랜만이다.
어찌어찌하다가 이야기가 -_- 맛있는 맥주를 먹으러 가자는 분위기로 흘러서
다시 잠실역 근처로 돌아와
MegaCC로 자리를 옮겼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무대에서는 춤을 추는 사람들도 있고 외국인도 간간이 보이는 꽤 색다른 느낌의 술집.
맥주가 맛있다. 으흣.
준정이 증명사진 뒤에 '벗기고 붙이세요.'라고 적힌 양면테이프도 구경하고 (음..???)
중민군도 합류하고 실컷 웃고 떠든다.
친구들과 함께 나누는 이 분위기들에 나는 취한다.
흔들흔들한 기분을 따라 밤은 더 깊어진다.
그 사이 근처에서 일하던 소희양도 합류를 했고
잘 알지 못하던 세 갈래의 내 친구들이
이렇게 불러모은 나를 통해서 다시 서로 친구가 된다.
친구의 친구는 어쨌거나 친구니까.
재밌다.
작고 긴 잔에 따른 붉은빛의 액체는
친구들과의 추억들을 녹여 놓은 듯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다시 자리를 옮기는 길.
처음 와본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롯데 호텔 방향으로 나왔더니 예전에 무슨 세미나를 들으러 언젠가 와본 기억이 난다.
어쨌거나 석촌호수 둔치를 따라서 잠깐 바람을 쐰다.
봄은 아직 오지 않았고 여전히 차가운 바람이지만, 훈훈한 기분으로 웃고 떠든다.
인원이 늘어 꽤 대규모 술자리가 된 터라 전부 들어갈 만한 괜찮은 곳을 찾다가
허름한 막걸리 집에서 다시 이야기를 풀어낸다.
늦게까지 떠들고 웃다가 집으로 향하는 길.
평소엔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누며 걷는다.
집으로 돌아간다.
postScript
겨울의 징후가 보인다는 '소설'도 다가오지만,
벌써 첫눈도 내렸고 겨울은 한껏 가까이 다가와 있네요.
슬슬 다들 바빠지는 연말이군요.
매번 하는 이야기지만 다들 날씨 조심하세요.
혹여 넘어지지 마시구요. 허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