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참 좋은 날. 집에서 잘 쓰던 놈이 고장이 나는 바람에
마침 안 쓰는 부품이 있다는 준정군에게 컴퓨터를 얻으러 갔다.
#2
어느 만화책에선가 본 기억으로는 나팔꽃은 아침 일찍 피거나 저녁 늦게 핀다고 한다.
휴가를 나온 군인은 잠이 없어서 일찍 일찍 움직인다. -ㅁ-; (사실은 자는 시간이 아깝다.)
#3
준정이와 컴퓨터를 낑낑대며 옮기다가 번쩍이는 햇살을 바라보며 잠깐 쉰다.
#4
커피우유도 한잔 마셔주시고. 훗. ^^
집에 컴퓨터를 가져다 놓고서는 준정군과 삼성역으로 간다.
#5
버스를 내려 걷는 중.
여전히 햇볕은 뜨거움을 뿌리고 있다.
분홍 티셔츠가 잘 어울리는 준정군의 뒤태.
#6
버거킹에 있다는 창우군과 지우군과 만나서
pixdix에 카메라 구경을 하러 갔다.
panasonic lx2, 수동기능과 와이드 배율 촬영이 탐나는 카메라
무엇보다도 예쁘다. -_-;
#7
한참을 코엑스몰을 방황하다가 다른 약속을 위해 걸음을 재촉한다.
#8
부랴부랴 도착한 곳은 충무로역.
#9
대한극장 입구. 지금 하는 영화 포스터들이 잔뜩 모여 있다.
오늘 볼 영화는 양조위가 악역으로 나오는 '
상성'
#10
곧 도착한 소희양을 만나 나초를 하나 사고 영화 시작을 기다린다.
언젠가 같이 찍은 사진을 나눠 가진다.
#11
영화는 적당히 슬펐고, 적당히 허무했다.
극장을 내려오는 길에 적당히 허무하게 앉아계신 아저씨를 스쳐 지난다.
#12
같이 맥주 한잔하고 있다는 친구들 연락에
소희와 같이 회현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도시의 불빛에 비친 하늘은 남색 빛으로 물든다.
#13
애견 골목엔 보송보송한 강아지들이 창밖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
그들은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걸까.
#14
소희를 보내고 회현역에 도착.
지나는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 흐름을 느껴본다.
#15
귀에 꽂은 이어폰에는 Be the voice의 Summer DayDream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그저 멜로디가 좋아서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가사를 흥얼흥얼 따라 불러본다.
#16
신천에 도착. 맥주를 마시고 있는 창우, 준정를 만난다.
편의점에서 사가지고 간 샌드위치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맥주를 조금 들이켠다.
#17
마침 일요일이라 성가대 선후배들이 뒤풀이를 하고 있다는 연락에
잠깐 인사를 갔다. 공기 중에 떠 있는 웃음이 참 반갑고 아쉽다.
난 잠시 닫힌 곳에서 벗어나 꿈을 꾸고 있다.
postScript
또 하루치의 사진을 정리하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버렸네요.
마지막으로 올렸던 게 9월 말이니 거진 두 달 만에 사진으로 인사드립니다.
제대한 지는 조금 되었지만, 한동안 있었던 자리를 잊는 게 쉽지 않네요.
2년 동안 있었던 일들 마저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자주 올리도록 노력해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