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막바지에 다른 요즘. 맘이 조급해져 앞에 놓인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괜스레 아무것도 하기 싫고 도망쳐버리고 싶은 기분이랄까.지난여름 이화마을에서 찍은 사진이 담긴 폴더를 열어 한 장씩 넘기다가 보니 자연스레 지난 몇 개월 동안 걸어온 내 길을 돌아보게 된다. 조금씩 길을 내어 걷고 있는 시간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꽤나 많은 거리를 걸어왔구나. 천천히 천천히 여기저기 부딪치고 긁혀가면서 그래도 제법 많이 왔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손 내밀어 끌어주는 사람 없어도 할 수 있을까? 다잡아 나가야지 하면서도 맘이 흔들린다.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하지만 꾸준히 걷다 보면 나아지겠지. 그래 당분간은 딴생각하지 말고 좀 걷자....... 같이 걸어줄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