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완전히 개었다.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후지산.
오오 정말 후지산이다~
걷느라 사진찍느라 감탄하느라 정신없다.
조금더 잘 보이는 곳으로 걷는 중.
무슨 엽서에서 보던 광경이 그대로 내 눈앞에 펼쳐지니,
그저 신이 날 뿐.
오전에 걸었던 길이지만, 날씨가 다르니 느낌도, 보이는 것도 다르다.
정상을 가리고 있던 뿌연 안개와 구름들이 삭 사라지고 있다.
올리버씨의 정확한 판단이 정말 고마울 정도.
오전엔
후지산은 너무 수줍어서 얼굴을 안 보이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웃었는데
이젠 당당하다.
날씨가 맑아져 건물 유리창에 푸른빛이 기분좋게 비친다.
저만치 앞서가는 올리버씨.
볕드는 호수에서 낚시하는 모습. 보기 좋다.
낚시하는 사람 곁에가서 연신 사진을 찍는다.
배터리가 얼마남지 않아서 가방에 넣어뒀던 큰 카메라도 꺼내어
자주 볼 수 없는 풍경을 기록한다.
강한 햇빛이 기분을 몽롱하게 만든다.
올리버씨는 그냥 몇장 찍고 마는데
혼자 신나서 계속 찰칵찰칵.
구름이 계속해서 움직인다.
참 높은 산이구나.
조금씩 정상이 가려질 모양이다.
물가라 바람도 불기 시작해서
들뜬 기분이 되어버렸다.
자연의 위대함이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본다.
약간 구름이 섞인 하늘.
너무 좋다.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_- 올리버씨.
다시 길로 나선다.
오전엔 가보지 못했던 곳 쪽으로 가볼 생각이다.
지나가면서 뭔지 궁금했던 이곳도 올라와봤다.
점점 다시 구름뒤로 숨는 후지산이 아쉽다.
가와구치코 대교 근처.
다리 위로 올라서서 길을 따라 걷는다.
하늘은 구름으로, 쪽빛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혼자 들떠서 떠벌떠벌 거리며 걷는다.
올리버씨는 슬며시 웃으며 걷고있다.
여행책을 꺼내어 보고 길을 확인하고 다시 함께 걷는다.
postScript
새벽에 축구를 보고 조조영화를 보러 좀 멀리 다녀왔더니 피곤해져버려서
자다가 일어났더니 해가 졌네요.
낮과 밤이 바뀐 백수생활도 청산을 해야할까요.
자도 자도 졸린 건 어떻게 해야할까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