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흔적을 찾아 걸어간다.
동네가 가까워지는지 버스도 드문드문 다니고,
조금씩 사람 사는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여전히 나는 흐르고 있고, 그 곁으로
하얗게 흐르는 꽃잎들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이곳을 밝히는 초록빛에 익숙해져서
아담한 골목길을 지나친다.
두둥! 누구냐 넌. -_-;
지나던 길 한쪽에서 만난 어디서 본듯한 무표정 태양 씨.
놀라기도 했지만, 나름 애교 섞인 그림. 하하.
한참 작업 중인 듯한 곳을 슬쩍 들여다 보고는 다시 길로 나선다.
나무냄새가 좋다.
작은 집 앞에 달린 특이하고 조그만 명패에 눈이 쏠린다.
뭐 하는 곳일까.
묘하게 노란 불빛에 몽롱해진다.
아... 따뜻하다.
자판기가 길을 환히 비춘다.
아까와 그리 많이 다른 풍경이 아닌데도, 어쩐지 아늑한 골목길.
맘 가볍게 걸음을 뗀다.
사이사이 불 들어온 집 안에선 이곳의 사람들이
저마다 일상을 마무리하고 있겠지.
셔터를 내린 건물의 불자동차도, 그 거리의 사람들도
오늘 하루를 천천히 마무리하고 있다.
"매월, 5가 들어간 날에는 신작비디오가 100엔" 따위의 광고로
불을 밝힌 비디오가게는
마치 내가 이곳에서 오래 살아온 것처럼,
이곳의 순간을 나의 일상처럼 착각하게 한다.
어쩐지 거리가 익숙하다 싶어 유심히 들러보니,
낮에 들렀던 오호리 공원 근처인 듯.
흔들거리는 사람들을 스쳐 지나가,
이방인이 아닌 것처럼 그 속에 내 몸을 숨긴다.
빛을 받아 선명하게 선을 그리는 나뭇잎은
거리의 분위기를 머금고 따뜻한 녹색을 뿌린다.
정겨운 모습의 서점을 발견했지만,
문을 닫는 건 아닐까 싶어 괜스레 겁을 먹고 그냥 흘려보낸다.
다홍빛의 조화가 날 반긴다.
은은하게 조명이 깔린 거리를 지나고, 지나친다.
넉넉해 보이는 카페도 그저 스쳐 보낸다.
숙소로 돌아갈 생각에 맘이 급해진다.
바쁘게 발을 굴러 저만치 앞서가는 한 소년을 바라보며,
이 거리의 온기를 흠뻑 머금는다.
진열장 너머 낡은 느낌의 가구들도 훔쳐보다가,
혼자 노래도 흥얼거리다가
그냥 그렇게 걷고 있다.
입주자를 찾는 광고를 보고는
왠지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북적거리는 소리가 비죽비죽 새어나오는 주점을 지난다.
그 분위기에 취하는 듯하다.
국민술집(?民酒場) 이라는 재밌는 이름의 대폿집을 지난다.
들어가서 한잔하고픈 마음을 꾹 누르고,
지하철역을 찾아 걸어간다.
postScript
다시 한주의 시작입니다.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