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로 내 자리를 옮긴 지 54일 만에 맡는 바깥공기.
첫 휴가의 둘째 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있었던 어제를 털어버리고 나서본다.
다행히 만나주겠다는 사람이 있어 -_-; 지하철로 나서는 길.
사실 밍기적 거리다가 늦었다. 헐...
더디게 가는 지하철을 달리고 달려 상암 CGV에 도착했고,
앞부분을 조금 잘라 먹은 '타짜'를 봤다.
영화를 마치고 나서는 길.
상암역 광장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
마포구 청소년 축제였나..
오랜만에 시끌벅적한 분위기. 신나기도 하고 ^^ 재밌다.
레이지본도 나왔고, 무슨 댄스팀도 나왔고...
계단에 앉아서 적당히 음악을 듣다가
밥을 먹으러 홍대로 이동.
오코노미야키를 먹으러 no-side를 갔다.
노란 간판과 잘 어울리는 노란 불빛이 가득한 곳.
기다리는 동안 사진을 찍어 보려 했으나,
나랑 놀아주는 고마운 1인은 이를 완강히 거부. 헐..
철판에 둘러앉아 음식이 나오길 기다린다.
배고프다~
가게의 사람들이 커다란 철판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둥글게 익혀진 일본식 빈대떡은 허기진 맘을 채운다.
차가운 맥주도 오랜만이다.
아... 어쩐지 뿌듯하다.
배를 두드리며 차를 마시러 갔다.
상수역 근처의 작은 찻집. 회사 다닐 때 몇 번인가 갔었던 곳.
예전에 들렀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
그 시간의 나, 지금의 나.
어떤 게 다른 걸까.
붉은 불빛에 알딸딸해진 내 볼을 감추고,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사람이 그리웠다.
또다시 사진기를 피하는 그 아이의 손을 담는다.
그 너머로 아릿한 벽면 가득한 여행사진들은 날 설레게 한다.
웃음이 묻어나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순식간에 첫 휴가의 첫날이 밤을 맞고 있다.
얼마간을 걸어 혼자가 된 나는 친구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나오기 직전 박박 밀어버린 머리로
나를 바라본다.
지금의 내 모습.
문에 비친 지금의 시간과 내 모습을 기억해둔다.
문득 괜스레 서글퍼지기도 한다.
종합운동장 역에서 내렸다.
웬 교복 입은 아가씨들이 이리 많은가.
동방신기가 콘서트를 했다는 걸 알게 되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_-;
어스륵한 빛을 밝힌 길로 나선다.
이 근처엔 나무가 많아서 좋다.
빛을 가르는 그들을 지나 바쁘게 걸음을 옮긴다.
흔들리는 불빛들은 나를 반갑게 맞는다.
나 잠깐이지만, 이곳에 돌아와 있구나...
벌써 다량의 안주를 해치운 친구들.
그러고 보니 둘 다 L군.
아직 군인이었던 L군.
오랜만이야. +_+
입대 전에 또 다른 L군과 새로 발견했던 양꼬치집엘 갔다.
오랜만에 넘기는 소주는 목을 타게 한다.
근처에 있다는 형과 연락이 되어 성가대 사람들을 보러 가는 길.
시끌시끌한 술집분위기에 휩쓸려,
오랜만에 만난 선배들이 건네는 술잔을 한잔 두잔 들이키다 보니
정신이 팽~ 돈다. 친구들 핑계를 대고 서둘러 자리를 피한다.
빨개진 얼굴로 친구들에게 간다.
벌써 잔뜩 먹고 있는 녀석들.
내가 술이 올라 얼마 먹지 못하고 일어섰다.
늘 가던 그 노래방으로 가는 길.
밤새 목쉬도록 불러제낀다.
휴가의 주말은 이렇게 시작, 혹은 끝.
postScript
또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드리는군요.
지난주에는 잠깐 바깥바람도 쐬고 왔는데요. 허허.
정신이 없다 보니 글도 못남기고 있네요. 잘 지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