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다 보니 또 밤이 되어서야 집에서 나선다.
익숙한 거리. 익숙한 불빛들.
귓가에 흐르는 노래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며 걷는다.
무심코 셧터가 눌린 카메라는 친절하게도 그 끄덕임을 담아둔다.
전철을 타러 가는 길.
다들 바쁘게 움직이는 잠실역에서 내린다.
잠실역 지하상가는 아직 공사 중.
간판을 따라 교보문고로 향한다.
잠실에 큰 서점이 생겨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책을 뒤적이다가, 중민군의 연락을 받고 버스를 타러 나선다.
신천 방향의 버스 정류장.
오랜만에 들러서 그런지 동네가 낯설다.
어른거리는 불빛을 바라보며 낯선 번호의 버스에 오른다.
뚝섬으로 이사를 하고서는 버스 번호들이 죄다 바뀌어서 좀처럼 눈에 익지 않는다.
흔들거리는 버스에 몸을 맡기는 순간도 잠시
버스는 나를 떨군다.
번쩍이는 빛들에 눈을, 정신을 빼앗긴다.
조금 늦어진다는 중민군을 기다리다가 맥도날드에 들어섰다.
새로 산 책을 뒤적이며 작은 버거와 콜라를 홀짝인다.
카메라를 가지고 장난치면서 조금 기다리다가 중민군과 조우.
와라비에 갔다.
신천에서 자주 들르는 따뜻한 붉은 불빛이 좋은 곳.
늦게나 올 수 있다는 준정군의 연락을 뒤로하고
둘이서 가볍게 술잔을 기울인다.
새로 샀다는 중민군의 motoview.
좀 두껍긴 해도 깔끔한데?
결국 준정군과는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시끄러운 소리가 새어나오는 문을 조심히 닫고
술집을 나선다.
다른 곳으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길.
중민군을 먼저 보낸다. 놀아줘서 고맙수. ^^;
성가대 사람들이 모여있는 술집.
확실히 요즘은 일본식 술집이 대세? -_-;
자리를 잡자마자 술병들이 늘고 이야기들이 쌓인다.
오랜만에 들른 모임에서 분위기 적응을 하다가 한켠에서 발견한
'아빠! 힘내세요.' 술. -_-;
그림이 귀엽다.
아릿한 불빛 사이로 흐르는 분위기에 취해간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조금씩 흘려두고선 집을 향해 나선다.
술자리에서 핸드폰을 꺼내 찍어둔 '처음처럼'이라는 글자.
이제 시작된 내 군생활의 처음을 이렇게 기억해 둔다.
흔들리는 택시 창가로 노란빛이 길게 뻗어간다.
터벅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을수록 시간도 빠르게만 흐른다.
postScript
입추도 지났건만 날씨는 제멋대로군요.
좀 선선해졌으면 좋겠어요.
주위사람들의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접하다 보면
다들 어떻게든 잘 지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잘 지내시죠?
저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