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둘씩 적어 내려간 숫자로 달력을 만들어 흐르는 시간을 기억한다.
바깥바람을 쐬러 나왔다.
이곳은 내가 속한 곳이 아니기에,
익숙한 풍경 속에 어색함이 묻어있다.
짙은 회색빛 건널목 위로 조심히 걸음을 옮긴다.
한참 공사 중인 홍대입구역에 다다랐다.
굽은 화살표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홈페이지에 꾸준히 들러주시는 "오늘도" 누님께 롤까스를 얻어먹는다.
느끼한 음식을 만나니 속이 놀랐는지 입이 까칠한지 입맛에 그다지 맞질 않는다.
그래도 맛나게 잘 먹는다. -_-; 역시 군인이라서? 핫핫.
커피 마시러 들른 카페 창가엔 로봇들이 멀끄러미 나를 바라보며 섰다.
한가로운 시간. 한가로운 이야기들.
뱅글뱅글 도는 문양의 컵 받침과 시커멓고 씁쓸한 커피.
오랜만에 만난 사람과 나 사이의 긴 시간을 털어버리는 이야기들.
지루한 듯 느긋하고, 아늑한 시간.
시간을 보내다 떠날 시간이 되어 길을 나선다.
거리에서 만난 배불뚝이 낙서.
슬슬 불을 밝히는 홍대의 노점들, 북적이는 분위기의 사람 사이를 헤치고 지난다.
건물 벽에서 잔뜩 진지하게 무언갈 하는 사람도 만난다.
눈빛이 심상치 않다.
얼굴이 부은건지 사진이 그런건지.
둥글둥글한 얼굴. 축 쳐진 입 모양.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마주친 특이한 문양 가득한 노란 벽.
처음 와 본 공간에서 느끼는 낯선 느낌.
지하철역과 공항이 연결되어 있어 좋긴 하다만, 너무 멀다.
한참을 걷는다.
가는 길에 올려다본 모니터엔
친구들이 도착하는 시간이 몇 개의 숫자와 글자들로 뿌려진다.
아직도 먼 건가.
화살표를 따라 걷는 일은 생각보다 지루하다.
조각난 누군가의 발자욱.
김포 국제공항.
국제선은 일본 노선밖에 없지 않나.. 음..
입국 게이트를 서성거리는 아저씨.
공항 안의 할인매장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출출해서 사먹은 햄버거.
나오는 사람들. 기다리는 사람들.
조금씩 서성이는 걸음.
좀 일찍 도착하는 건가.
굳게 닫힌 문 너머엔 어떤 사연의 어떤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저마다 큰 종이에 적은 글씨로 각자의 사람들을 기다린다.
슬슬 기다림에 지루해질 무렵 나타난 준정군과 중민군.
짜식들 반갑다.
중민군이 선물이라며 건네준 사과음료.
작은 담배.
하나둘씩 꺼내놓는 그네들의 여행이야기.
내 얘기인양 가슴 속을 부풀려 하나둘씩 담아둔다.
부러움도 그 한구석 자리를 차지한다.
친한 친구와 함께하는 타국여행은 어떤 느낌일까.
갈아타는 지하철.
다들 피곤한 기색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아이들과 헤어지고 터벅터벅 집으로 향한다.
기다림에 지쳤는지 아침부터 돌아다녀서 지친건지.
흐릿한 눈빛으로 동네 어귀에 도착한다.
환하게 밝힌 빛과 내 사이에 놓인 철제 구조물.
왠지 반가운 오렌지빛 골목.
차가운 맥주와 웃는 아저씨과자 한통.
피곤함을 씻어내고 컴퓨터에 고개를 처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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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주말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