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히 자리를 지키는 가로등과 마주보고 선다.
해변을 따라 걷는다.
조금씩 물에 떠있는 마리존을 멀리 보낸다.
발끝에 부서지는 모래를 느끼며 파도를 따라 걸어간다.
문득 내가 지나온 길을 보고 싶어졌다.
뒤를 돌아서 흔적들을, 내 발자욱들을 찾아보지만
흐트러진 모래 속에선 좀처럼 찾기가 힘들다.
잠깐 앉을까.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적당히 술도 오르고, 좋다.
맥주한병 먹고 알딸딸하기는... -_-;
저 너머에는 한가로운 바닷가에
시호크 호텔이 둥근 지붕모양을 따라
불을 밝히고 있다.
아. 예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어쩐지 쓸쓸해져서는
다시 걸음을 옮긴다.
빛을 너무 많이 받아버린 이 사진처럼.
나는 이 여행에 푹 빠져버린 모양이다.
한걸음 한걸음 떼는 것이 못내 아쉽다.
귓가에 흐르는 노랫소리를 좀 더 크게 하고
가지런히 놓인 벽돌을 따라 걷는다.
생각이 많을때는 걷는 게 좋다.
길게 뻗은 다리 너머로 호텔의 모습이 가까워진다.
밝은 조명이 넘실거리는 바다의 모습을 예쁜 색으로 물들인다.
텅 빈채로 나를 반기는 길을 만난다.
지나는 사람이 없는게 신기하다.
뭐 나야 좋지만...
다리 난간에 몸을 기대고 저 너머를 바라본다.
하늘과 땅을 노랗게 물들인 빛에 내 기분도 멍해진다.
벌써 한참 떨어져버린 후쿠오카타워의 모습이
만질 수 없는 장난감처럼 내 기억속에 남는다.
부는 바람에 흔들리듯 내 몸을 맞긴다.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postScript
흔들흔들.
바다가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