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문드문 불을 밝힌 길을 따라서 걷는다.
어둠은 점점 더 깊어져 간다.
검은 하늘 아래로
늘어선 둥근 모양의 건물이 눈길을 붙든다.
예쁜 문양을 찍어 놓은 것 같다.
가로등은 나뭇잎 사이에 숨어서
녹색 빛을 내며 길을 물들인다.
여전히 거리는 쓸쓸하다.
좀 넓은 곳에서 바라보니 동그란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
후쿠오카돔이구나..
거대하게 동글동글한 느낌. -_-;
근처로 흐르는 바닷물엔
노란빛만 짙게 물들어 있다.
잠깐 걸터앉아 바람을 들이쉰다.
옅은 푸른빛을 내는 구름 낀 하늘은 조용하기만 하다.
입구로 한번 가볼까.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간다.
으아~ 넓구나.
근데 여기도 사람이 없다.
윽. 좀 무섭기도 하지만, 워낙에 밝게 해놓은 터라.
별 걱정 없이 털래털래 걸어간다.
후쿠오카돔. 이라고 써 있기를 기대하고 입구 쪽을 가봤지만,
Yahoo Dome이라는 글씨만 큼지막하게 적혀있다.
Fukuoka라고는 완전 작은 글씨.
왠지 속은 느낌. -_-; 흐으.
다시 길로 나선다.
한편에 늘어선 쇼핑 상가의 쇼윈도만 나를 바라보고 있다.
저 안쪽엔 사람이 가끔 보이기도 한다. -_-;
커다란 장난감 가게, '
ToysRus'도 있고 '
United Cinemas'라는 멀티플렉스 극장도 있는 모양.
그다지 흥미를 느끼진 못해서 들어가 보진 않는다.
사실 가보고 싶은 맘이 아예 없진 않았지만, 문을 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음. -ㅁ-;
쇼핑몰 안쪽엔 뭔가 휘황찬란하지만,
이 바깥쪽은 허전하고 쓸쓸함만 가득하다.
입구 쪽에 있는 육교에 올라서 한참 동안 아래를 바라보다가
좌로 우로 길을 살피다가
지나는 차들이 남긴 흔적을 쫓다가
다시 길로 나선다.
푸르스름하게 빛을 내는 벚꽃은 친절하게도 날 반겨준다.
왠지 고맙다.
빛의 흔적이 그리 많지 않아졌다.
길을 따라 걷고 있다.
꽤 걸은 것 같지만 아직 머릿속은 개운하지 않다.
번화한 쪽으로 이어진 길에는 계속해서 빛이 물들고 있지만,
어쩐지 저쪽으로는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저거...
타고 싶다.. 둥둥 떠다니고 싶다.
다리는 피곤하다고 말하고 몸은 지쳤다고 투덜대는 바람에
지하철역 간판을 보고 잠깐 고민해 봤지만,
머리는 온몸을 달래 다시 길로 나를 이끈다.
postScript
이번 주말엔 보고 싶었던 책을 좀 볼 생각입니다.
여러분의 주말 계획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