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소리를 죽여가며 조용한 오호리공원역 안으로 들어선다.
역시 같은 곳이라도 낮과 밤의 분위기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휴..
다행히 지하철이 끊기지 않았다.
금방 오지 않는 열차를 마냥 기다리기 좀 지루해져서
승강장을 서성거려본다.
"어이구 아가씨가 떡이 됐네~" 라는 어떤 영화의 대사가 생각나는 풍경.
신기한 맘에 냉큼 사진 속에 담아두긴 했지만,
왠지 저 남자아이들의 눈초리가 매섭다.
우두커니 서서,
지금껏 걸었던 길 위에서,
다시 나아갈 길을 향한 화살표를 찾아본다.
여행이란 그런 것.
온갖 상념에 빠져 있는 동안 열차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앙증맞은 열차 그림이 귀엽다.
한가로운 열차풍경에 스륵스륵 잠이 온다.
많이도 걸었다. 휴우.
조금 졸다가는,
갈아탈 역을 지나칠까 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열차에서 내렸다
나카스가와바타역.
다시 열차를 갈아타고 돌아가는 길을 재촉한다.
텅 빈 느낌.
다들 자기 집으로 돌아갔겠지..
흔들거리는 손잡이만 자리를 지킨다.
열차가 멈추고, 거리로 나서본다.
원래 나가던 길이 아닌 다른 쪽 출구로 나가볼까 하고 나서는데...
이 쪽 나가는 곳에는
빠삐용24(パピヨン24) 라는 건물이 있는 모양?
어쨌거나 순순히 화살표를 따라간다.
나가는 곳이 맞는지 두리번거리는 중...
저 그림은 볼수록 귀엽다.
며칠 사이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거리로 나선다.
서너 가지의 빛이 어우러진 풍경.
흔들흔들 걸어서 숙소로 가는 길.
내 기억 속에 흔적을 남기려고 빛으로 선을 그어본다.
몇 번 봐도 적응 안 되는 대형 파친코장.
아. 이제 다 왔구나~
길가엔 버스 종점이 보인다.
회송(回送)이라는 글씨가 나를 붙드는 건 아쉬움이 남아서일 테지..
누구의 것인지,
텅 빈 길 한가운데를 차지한 저 모자가 있던 자리에도
내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
내 기억을 남길 수 있을까.
그냥 들어가기 뭐해서 맞은편에 있던 편의점에 들렀다.
한가득 먹을 것을 사서 숙소의 계단을 오른다.
이제 내일이면 헤어질 이 도시와 이 나라를 위한,
별 탈없이 여행을 잘 마친 나를 위한 기념 만찬!!
나름 푸짐하다.
깔끔하게 담긴 와사비를 풀어놓고
오뎅 국물에 맥주 한 캔을 딴다.
포장마차에서 못 먹은 오뎅이 어찌나 아쉬웠는지,
편의점에서 이거요, 저거요 해가면서 담은 오뎅은 양이 많다.
맥주를 들이켜면서 핸드폰을 물끄러미 뒤져보다가,
Flow to japan이라고 적어뒀던 것 대신에
Return to daylife 라는 글씨를 적어본다.
일본이라는 이 땅으로 흐르고 흘러, 우여곡절(?) 끝에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쿠(Qoo)~
알딸딸하게 취해가지고서는 적당히 씻고 뻗는다.
마지막 밤이라고 하지만, 딱히 특별한 건 없다.
그저 이런 나른함을 만끽하는 게 좋다.
postScript
드디어 여행기가 하루치 남았네요.
아~ 이 뿌듯한 기분.
적당히 천천히 계속 올려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