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이륙한 비행기가 손에 닿을 듯 창밖을 가르다가 이내 하늘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멍하니 창밖을 보며 버스를 따라 흔들리는 배낭 손잡이를 단단히 쥐어본다.
은은하게 펼쳐진 누런 하늘빛은 어쩐지 내 맘을 편안하게 해준다.
버스가 멈추고 재잘대는 승무원들을 따라서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후쿠오카 공항 국제선 청사. 슬슬 떠나야 하는 게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버스 정류장과 연결되는 곳은 도착 게이트가 있는 건물의 1층이다.
공항 한켠에 마쯔리와 관련된 것들이 전시되어있고 드문드문 사람이 지난다.
힐끔 바라보고 출국 수속을 하는 곳을 찾아 올라간다.
한가한 공항 풍경.
사람이 없는 건 좋지만, 좀 적적한 느낌이 든다.
빛이 들어오도록 설계된 천장은 하늘빛이 채우고 있고,
조명들은 하나둘씩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출국 게이트가 있는 3층에 올라서니 건물 밖으로
하늘이 검붉은 보랏빛으로 물들고 있다.
대한항공 탑승 수속 카운터가 있다는 표지.
제대로 찾아왔구만...
아직 수속을 시작하지 않아서 더 한가한지도 모르겠다.
높다란 천장 아래에 덩그러니 혼자 놓인 느낌.
조금씩 움직여 공항을 구경한다.
간판마다 친절히 적힌 한글이 고맙다.
화장실을 잠깐 들를까 하며 두리번거리는데,
벽면에서 귀여운 비행기들이 웃고 있다.
그 웃음이 스쳐 나도 모르게 살며시 웃는다.
수속 카운터 바깥을 바라보며 기다리다 보니 조금씩 시끌시끌해진다.
사람들이 오기 시작하는구나.
순식간에 불어난 줄 사이에 몸과 배낭을 세운다.
적적하던 기분은 달아났지만,
정신없이 오가는 대화 소리에 정신이 없다.
공항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여 수속을 시작할 채비를 한다.
오랜만에 듣는 한국말의 시끄러움에 적응될 때쯤, 탑승 수속을 받기 시작한다.
안내판에 적어 놓은 시간에 정확히 맞추는 서비스 정신이 맘에 든다.
배낭에 넣어둔 술병을 직접 들고가라고 말한 것 빼곤 별문제 없이 수속을 마친다.
그리 비싼 술도 아니었는데 면세가 안 된다고 말한 줄 알고 사실 좀 헤매긴 했다. -_-;
수속을 마치고 조금 시간 여유가 있어서 공항을 한 바퀴 더 둘러본다.
밖은 벌써 어두워진 모양이다.
슬슬 들어가 볼까 하고 발을 놀린다.
세계를 아울러 제각기 움직이는 시곗바늘은
내가 흘려보내는 지금의 아쉬운 시간을 달고 빠르게도 움직인다.
postScript
어휴. 근 일주일 만에 인사드립니다.
이번에 다니러 간 동안엔 전혀 소식을 못 전했네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오랜만이네요. 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