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artures.
출발 혹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문을 넘어선다.
그리 넓지 않은 면세점 곳곳을 돌아다니며 쇼핑하는 아주머니들을 구경하다가,
나도 뭘 좀 사야 하지 않을까 두리번거리다가 텅 빈 대합실로 걸음을 옮긴다.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털어 먹을 걸 하나 산 다음 데워달라 해서 테이블에 얹어놓고
남은 동전을 정리하고 있는데, 웬 서양 아즈씨가 -_- '너 부자구나!' 이러고 지나간다.
씩~ 웃어주곤 남은 동전을 갖고 뭘 할까 싶어, 기념품 가게에 들어섰다.
작다란 기념품을 가지고 서서 만지작만지작하다가,
가게에 손님이라고는 혼자뿐인 날 구경하는 판매하는 여자분들 두 분께 다가가
'뭐가 예뻐요?' -_- 라고 천연덕스레 물어본다.
말을 꺼낸 나도 참 웃기지만,
이 아가씨들 (아가씨가 아닐지도.. -_-) 자기네 끼리 재밌다는 듯 웃더니
기념품이 담긴 바구니 채로 들고와서는
'이거랑 이거 예쁘네요.' 하며 몇 개를 골라낸다.
그중에 나아 보이는 걸 집어들고 남은 동전을 모아 계산을 하고 나온다.
평소라면 워낙에 '소심한' 성격인지라 거의 생각도 못할 일인데,
여행이 주는 색다른 경험일 수밖에. 후훗.
자리를 잡고 앉아 가방을 뒤져 다시 정리를 해보지만,
어쩐지 시간이 그리 금방 가질 않는다.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같은 비행기로 함께 떠날 사람들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한다.
조용하던 대합실은 금세 이야기 소리로 가득 찬다.
이 작은 종잇조각이 나를 제자리로 되돌려 주는 거구나.
내가 이곳으로 들어왔던 날짜로부터 90일 동안 일본에서 체재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표식을 바라보며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해본다.
그러고 보니 다행히 여행을 시작하기 얼마 전에 비자가 필요 없게 되어서 여행준비할 때 편하긴 했다.
슬슬 탑승준비를 하라는 방송을 하는 아가씨.
유창한 일어로 방송을 한 후, 더듬더듬 한국말로 방송을 해준다.
대한항공에도 현지 승무원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어쨌거나 일본인들이 한국말을 하는 건 꽤 재미있게 들린다.
아이를 데리고 혼자 비행기에 오르는 젊은 엄마를 위해,
먼저 탈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아스라이 내가 탈 푸른빛의 날틀이 보이기 시작한다.
잘 부탁합니다~
특이하게 생긴 공항용 특수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비행기도, 자동차도 어릴 때 보던 장난감 같아서 재밌는 느낌.
한꺼번에 몰려든 사람들이 천천히 비행기에 오르는 동안,
유리창으로 밖을 보다가 조종사 아저씨와 눈을 마주쳤다.
찍지 말란 건지 인사를 하는 건진 잘 모르겠지만 그냥 반갑다. ^^ 히히.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는 다른 사람들의 뒷모습처럼
나도 내 뒷모습만 남기고,
일본을 떠나 잠시동안 그 어느 나라의 국적도 아닌 공간으로 들어선다.
비행기 안이 밝다.
postScript
이래저래 바쁜 금요일이었습니다.
바깥에 있었던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일주일이 더 금방 가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