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이 떠오는 햇살을 맞으며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선다.
생각보다 먼 길이 될 것 같다.
공군은 전부 진주로 입대를 한다.
전주로 떠나려고 찾은 남부터미널. 표를 끊고 출발 시각을 기다린다.
엄마랑 나란히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버스는 달린다.
출출해지는 참에 엄마가 정성스레 준비해오신 도시락을 먹는다.
간단하지만 엄청나게 맛있다. ^^;
달리던 버스는 휴게소에서 멈추고, 잠깐 바람을 쐰다.
햇볕이 너무도 따가워, 나도 모르게 찡그리고 만다.
아... 덥구나.
파란빛 하늘에 뜬 애드벌룬은 바람을 기다리는 듯 홀로 우두커니 있을 뿐.
햇빛은 조금씩 열기를 더한다.
버스는 다시 달리고 얼마를 갔을까.
슬그머니 엄마의 손을 잡아본다. 언제 잡아봤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오랜만이구나. 말로 할 수 없는 따스함이 전해진다.
진주 터미널에 도착했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스쳐지나,
터미널과 공군 훈련소를 무료로 왕복하는 버스 시간을 확인한다.
낡은 터미널이 어쩐지 정겹다.
엄마가 서울로 돌아가실 때 타실 버스를 예매해둔다.
점심이나 먹을까 싶어 시내로 나선다.
우체통이 어쩐지 더 반갑다.
나도 곧 편지가 익숙해지려나?
날씨는 완연한 여름 날씨.
쨍한 하늘이 이글이글하다.
점심 먹을 곳을 찾아다니다가 갑자기 머리를 잘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간판의 미용실로 들어선다.
"입대하거든요."라는 한마디에
덥수룩한 머리가 순식간에 내 몸에서 사라져 흔적만 남긴다. 시원섭섭하다.
까칠한 머리가 어색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자꾸만 손으로 쓰다듬는다.
근처 식당에 들어서서 갈비탕을 시켜놓고 앉아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아빠께 보내드린다.
그리 특별한 의미는 아니지만, 입대 전 마지막으로 먹는 식사.
엄마와 마주 보고 앉아 먹는 밥은 참 맛있다.
다시 터미널로 돌아와 버스가 떠나기를 기다린다.
구불구불한 천장의 느낌이 좋다.
물이라도 살까하고 매점을 어슬렁거려보지만 딱히 살 게 없다.
곧 버스가 출발했고, 얼마 달리지 않아
공군교육사령부로 들어선다.
차들의 꼬리를 물고 조금씩 내릴 시간이 가까워 온다.
깔끔한 느낌의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버스를 내리고 안내에 따라 입대하는 다른 사람들을 따라
지정된 장소로 이동을 한다.
엄마의 양산을 받쳐 들고 떼는 걸음 하나가 아쉬움이 남는다.
잠깐 화장실에 들렀다 다시 돌아온다.
바깥에서 찌르는 듯한 햇살이 새어 들어온다.
나란히 주차된 차들은 다들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안고서 달려오느라 지친 듯하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지정장소에는 벌써 많이도 모여있다.
그 사람들 앞에서 내 모습을 기록해 둔다.
아... 가는구나.
"입대자들은 모여주십시오"라는 방송에
한 사람의 아들과, 한 사람의 친구, 한 사람의 애인이 걸음을 옮긴다.
아쉬움 때문일까? 엄마에게 별말도 못 하고 급하게 그 무리를 따라나선다.
이제 입대다.
새로운 시작이다.
postScript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군요.
여행기 올릴 때처럼 자주는 못 올리겠지만
열심히 올려보려구요.
부디 즐겨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