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그머니 커널시티로 들어섰다.
대부분 매장이 문을 닫은 상태라 조용하니 좋다.
혼자 불을 밝힌 노란 초승달이
비추는 길을 따라 걷는다.
높다란 천정까지 조명이 다다라 아늑한 분위기를 만든다.
계단을 찾아 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가 보았다.
넓게 보이는 분수가 신비한 느낌을 준다.
아래쪽부터 위로 올라갈수록 커다란 동굴 모양을 만드는
메인 홀에서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본다.
사람 없는 홀 안에 드문드문 놓인 조명이 예쁜 빛을 낸다.
조용한 느낌을 마음껏 만끽해 본다.
조금씩 높은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가판 매점이 점점 작아져 보인다.
독특한 건물 모양에 감탄하면서
계속 사진으로 흔적을 남긴다.
10주년 기념이라고 곳곳에 붙어있던 포스터.
오. 생일이구나.
뱅글뱅글 그려진 문양을 따라 빛이 비치는 흔적을 담는다.
밖으로 통하는 길.
조용한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서 조심히 가까이 간다.
잔뜩 놓인 의자들은 누구를 기다리는 건지...
누군가 버리고 간 종이컵은 왠지 쓸쓸해 보인다.
노오란 불빛이 흐르는 계단을 따라 오른다.
커널시티를 벗어나 다시 길로 향한다.
앙증맞은 간판에 불을 밝힌 화원은 싱그러운 냄새를 뿌리고 있다.
커널시티와 도로를 가로지르는 육교(?)에도 조명시설이 잘 되어있다.
하나라도 놓칠까 눈을 돌려 곳곳을 기억해본다.
늦은 시간 열심히 일하고있는 인부들과 마주쳤다.
일본에선 도로 공사를 밤에만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마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금빛문양을 밝힌 절의 입구는 굳게 닫혀있다.
너무 늦은 걸까?
큰 길가에도 인적은 거의 끊겼다.
별생각 없이 계속 걷다 보니 몇 개의 지하철역이 스쳐 지나간다.
벌써 막차가 끊겼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 조금 더 걷고싶은 마음에 계속해서 발을 놀린다.
바쁘게 흐르는 자동차들 사이로 나는 길을 찾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말없이 걷는 내 머리 위로 구름 빛 가득한 하늘은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다.
따뜻한 느낌의 담장 너머로 곱게 드리워진 벚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대충 와본 듯한 느낌의 거리에 접어들었다.
거의 다 왔구나;;;
조용한 가운데 뿌려진 노랗고 파란,
혹은 붉은 빛들은 내 맘을 괜스레 들뜨게 만든다.
postScript
T.G.I.F!
이제 주말이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