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한가한 내 자리가 보인다.
나보고 부자라고 했던 아저씨도 탔다.
생각 없이 집어든 스포츠 신문.
워드씨가 웃고 있다. 한글도 반갑고 해서 펼쳐서 읽기 시작하는데, 비행기가 움직인다.
조금씩 공항의 불빛이 흐르기 시작하고,
속력을 올린 비행기는 서서히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와... 점점 높아지는 하늘에서 바라보는
촘촘히 뿌려진 빛의 점들은 감탄을 자아낸다.
어느덧 벨트를 끌러도 된다는 불이 들어오고,
이륙의 흔들림은 사라지고 비행기 안은 조용해진다.
넉넉히 자리를 잡고 잠든 아가씨를 따라
나도 다리를 펴고 앉는다. 근데 어쩐지 불쌍해 보이는 자세. -_-;
오늘 일정을 정리도 해보고, 이것저것 낙서도 해보지만,
지루하기만 하다.
다행히 더 지루해지기 전에 기내식이 나왔다.
맥주도 한 캔 받아서 먹을 준비를 해본다.
좀 어중간한 시간이어서 그런지 간단한 샌드위치와 귀여운 사이즈의 주스가 나왔다.
뭐 어쨌거나 맛있게 먹겠습니다!
친절히 서빙을 하는 승무원들. 웃음이랄까 친절함이 몸에 밴 것 같다.
역시 프로는 다른 건가.
나른한 불빛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일본으로 출발할 때의 기분과 또 다른, 내가 좀 더 큰 것 같은 기분.
우유를 달라고 했었는데, 금방 갖다주겠다고 하더니 한 개를 챙겨다 준다.
좋다. 이런 서비스. ^^ 친절하게 컵까지 받아 마시고 나니 잘 대접받는 기분이 든다.
우유를 다 마시고, 남은 맥주를 따른다.
짭짤한 땅콩과 함께 씁쓸한 맥주 거품이 내 목을 자극한다.
아쉬움과 안도감이 적절히 버무려진 시간이 흐른다.
종이컵 속에서 나를 바라보며 웃는 여인네와 인사를 나눈다.
안녕.
나도 안녕.
postScript
음.. 정말 여행기가 거의 끝나가는데요? -_-;